“편두통 치료,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21-08-10

난치성 편두통 치료제 신약, 환자 접근성 제고해야

이미지=픽사베이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A씨는 지난 13년 동안 매달 2회, 3~5일이 이어지는 규칙적인 두통과 구토 증상에 시달려 온 난치성 편두통 환자다.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기까지 10여년 동안 여러 병원, 치료제, 대체치료요법 등을 전전했다. 그는 1년 전부터 편두통 예방 치료 신약으로 어렵사리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았다. 

편두통은 방치되기 쉬운 질환이다. 대한두통학회가 2019년 국내 편두통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 정도를 확인하는 평가(MIDAS)에서 10~40대 편두통 환자 10명 중 7명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겪는 4등급에 해당했다. 환자들은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0.1년이 걸렸으며, 대다수 환자가 진통제 복용, 휴식 등 소극적인 치료에 의존하고 있었다.

A씨에게 찾아온 난치성 편두통은 편두통 환자 중에서도 2개 이상의 예방약물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해당된다. 이런 환자들은 예방치료에 1회 실패한 환자보다 통증 수준과 일상생활에서의 기능적·감정적 손상이 악화된다.

하지만 편두통 환자가 통증의 강도와 주기를 줄여줄 적절한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편두통 예방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은 부작용과 효과부족 등 한계점에 대한 지적이 꾸준했다. 경구 예방치료에 대한 편두통 환자들의 만족도는 10% 수준으로 낮으며 6개월 이상 치료를 지속하는 환자도 10명 중 1명(10.9%)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최근에는 난치성 편두통 환자의 통증 지속일을 월 평균 13.2일에서 4.1일, 즉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시켜주는 항체 신약이 등장했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해외의 편두통 치료 환경은 국내와 다르다.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OECD 주요 국가들은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을 위해 편두통 예방 치료 신약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결정했다. 급여를 적용한 국가들은 대부분 위험분담제나,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편두통 예방 신약이 위험분담제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과 환자들의 관심이 높다. 다만, 국내에서 항암제가 아닌 중증 난치성 질환에 위험분담제가 적용된 사례는 중증아토피 치료제 '두필루맙'과 루푸스 치료제 '벨리무맙'뿐이다.

A씨는 “암 환자들이 생존을 위해 항암제 급여 확대를 외치는 것처럼,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에게도 예방 치료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새로운 편두통 예방 치료 신약에 건강보험이 지원되어 난치성 편두통으로 삶을 잃어버린 환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민경 연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편두통학회 부회장)는 “편두통은 일상생활에 장애를 유발할 뿐 아니라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질환까지도 동반할 위험이 높다”며 “통증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증의 악화를 막아주는 효과적인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편두통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생산성 손실을 일으켜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편두통 환자 중에서도 예방치료에 여러 차례 실패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난치성 편두통 환자들을 위해 편두통 예방 치료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