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발두통, 죽지 않아 큰 병 아니다?
2024-04-01

 

정부 사망위험 중심 재정운영 이해…‘자살두통’ 불릴 만큼 고통스러워
두통학회 배대웅 보험이사 “산소치료 급여화, 작은 예산으로 많은 사람 혜택”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군발두통이 자살 충동이 일어날 만큼 고통스러운 병이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의료정책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3월 21일 군발두통의 날을 맞아 편두통‧군발두통 환자를 위한 ‘2024 온라인 대중강의’를 진행했다.

 

이날 두통학회 배대웅 보험이사(성빈센트병원 신경과)<사진>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군발두통 산소치료의 급여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매번 ‘군발두통 알겠는데 이게 죽는 병인가요’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며 “정부의 재정이 사망 위험이 있는 병 위주로 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OECD 선진국 중 군발두통이 급여화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군발두통은 편두통과 같이 진단에도 10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진단이 어렵고, 호발하게 되면 죽을 것같이 아파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초조하게 돌아다니게 되고 고통으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낀 환자가 1/3, 계획 6%, 시도 4%로 ‘자살 두통’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다행히 베라파밀‧리튬‧스테로이드‧항CGRP항체(갈카네주맙) 등의 예방치료제가 있지만, 문제는 완벽한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많으면 하루에 2번 정도 통증이 오는 편두통과 다르게, 하루 8번도 15분에서 3시간의 죽을 것 같은 통증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졸미트립탄‧수마트립탄 등 트립탄 계열의 급성기 치료제가 있지만 이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산소흡입 치료로, 분당 12L~15L 이상 15분가량의 고용량 산소치료가 필요하지만, 급여가 호흡기치료만 허용됐고 군발두통에는 적용이 되지 않아서 가정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어 배 이사는 “군발두통이 얼마나 힘들고 큰 병인지, 작은 예산만 조금 확보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아직까지 정부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해 군발두통 산소치료 급여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강연에 참석한 만성군발두통을 가진 A환자는 신경차단술‧보톡스‧엠겔러티(갈카네주맙) 20회차 치료를 받았음에도 급성기 치료제를 한 달에 6번 복용하고 있으며, 매달 치료를 위해 내원하고 있다.

 

이에 학회는 올해도 군발두통 환자들이 산소치료를 통해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에 산소치료 급여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배대웅 이사는 “학회는 올해도 다시 한번 군발두통 산소치료 급여화에 도전하고 있다”며 “두드리면 언젠가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급여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학회는 정부‧국회‧국민청원‧신문고‧뉴스‧미디어‧토론회 등 많은 경로를 통해 군발두통 산소치료 급여화를 호소한 바 있다.

 

아울러 학회는 환자단체와 환자들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배대웅 이사는 “환우회‧환자들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국민청원 같은 곳에 조금 더 이야기해준다면 산소치료 급여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서는 △편두통 특이 급성기 치료 △편두통 예방치료 △군발두통 최신 치료 △소아두통 진단과 치료 등의 강연과 Q&A 시간인 두통상담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