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팀
"환자 224명 데이터 분석 결과
84.8%가 일상생활 때 큰 고통
조기 진단→산소치료 효과 커"
군발두통에 대한 불안감이 큰 환자는 실제로 심각한 두통 발작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군발두통은 극심한 두통과 함께 눈물·콧물·코막힘·결막충혈 등의 동반 증상이 한 번에 15분 이상, 한 달에 5회 이상 지속하는 경우 진단한다. 특정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두통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군발두통이라 부른다.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많고, 주로 한쪽 눈이나 관자놀이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와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과 손종희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신경과 박정욱 교수 등 공동연구팀(한국 군발두통 레지스트리)은 다기관 연구를 통해 군발두통의 심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평가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팀은 군발두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2016~2018년까지 14개 병원을 찾은 군발두통 환자 224명의 데이터를 ‘두통영향검사(HIT-6)’를 토대로 분석했다. 두통영향검사는 통증 정도, 사회 기능, 심리적 고통 등 두통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검사다. 점수가 높을수록 두통이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해석한다.
심각한 그룹의 평균 나이 36세
그 결과, 군발두통 환자 10명 중 9명(84.8%)은 두통영향점수가 60점 이상으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이들 그룹의 평균 나이는 36세로 두통영향점수가 60점 미만인 그룹(평균 43세)보다 적었다. 두통 지속 시간은 심각한 군발두통 그룹(90분)이 덜 심한 그룹(60분)보다 길었고, 눈물·콧물 등 동반 증상도 각각 4개, 2.5개로 군발두통이 심한 그룹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심각한 군발두통 그룹을 대상으로 두통 발작의 심각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추가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환자의 불안과 통증 강도가 클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두통영향점수가 높았다. 즉 이들 세 가지 요인이 군발두통의 심각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로 꼽혔다. 조수진 교수는 “군발두통 환자는 일반인보다 불안 증상이 심한데, 이는 군발두통에서 활성화하는 뇌 부위(편도체)가 공포·두려움 등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두통에 대한 불안감이 큰 환자도 실제 군발두통으로 더 심각한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발두통은 스테로이드제제 등 약물이나 산소치료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조 교수는 “특히 100% 산소를 15분가량 흡입하는 산소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비용도 저렴해 미국·일본 등에서는 표준 치료로 적용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군발두통 환자의 산소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처방권을 확대하는 등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게재됐다.
[출처: 중앙일보/박정렬 기자] [건강한 가족] 눈물·콧물 흘리는 군발두통 환자, 불안감 클수록 통증 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