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발두통에 효과적인 ‘산소치료’ 급여 요원…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2024-04-01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산소치료 급여 안돼…고스란히 환자 몫
두통학회, ‘군발두통의 날’ 맞아 건강강좌…“꾸준히 문 두드릴 것”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자살 충동까지 생기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안돼 환자들 스스로 치료를 감당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군발두통’이다.

 

군발두통은 삼차자율신경두통의 하나로 삼차신경 중 눈으로 가는 통각수용기에 의한 뇌부교감신경반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두통을 말한다.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에 관련된 신경혈관계가 활성화되면서 이에 의해 통증이 발생한다.

 

대한두통학회가 최근 군발두통의 날을 기념해 진행한 ‘편두통/군발두통 환자들을 위한 온라인 대중강의’에서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원우 교수는 군발두통의 치료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원우 교수에 따르면 군발두통의 경우 한쪽 눈과 관자 주위에 아주 심한 통증이 15분에서 3시간 이내로 하루 8번이나 이틀에 한 번 정도로 나타나게 되며 통증이 있으면 심한 통증에 환자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초조해하며 눈을 찡그리게 된다.

 

눈꺼풀이 처지거나 붓기도 하며, 동공이 작아지고 경막이 충혈되기도 한다. 눈물과 콧물이 나기도 하며, 코가 막히는 증상들이 흔히 동반된다.

 이런 두통이 2주에서 수 달 동안 지속적으로 오며, 20에서 40대 사이 남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군발두통이 처음 생기면 머리 MRI를 찍어 혈관의 문제나 종양의 유무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삼차자율신경 문제로 두통이 생길 수 있지만 녹내장 등으로 인한 통증일 수도 있기에 감별을 해야 한다. 

 

심한 통증이 있을 때 안면 산소마스크를 활용한 100% 산소흡입과 약물로 치료를 하지만 예방치료로 두통이 오지 않게 해야 한다. 예방 치료가 자꾸 실패하거나 너무 두통이 심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 때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약물로는 졸미트립탄이 가장 많이 쓰이고 수마트립탄도 충분히 군발두통에 효과적이다. 예방적 치료로 스테로이드나 베라파밀(verapamil), 리튬(lithium) 등과 같은 경구 예방치료제들이 사용될 수 있지만,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항CGRP항체주사인 엠겔리티 300ml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동반질환이 있고 너무 심한 통증으로 우울증, 불안, 자살 충동까지 생기게 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추천된다는 게 이원우 교수의 지적이다. 

 

더욱이 군발두통에 효과적인 산소치료의 경우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두통학회 배대웅(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보험이사는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군발두통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라며 “얼마나 힘든 병이고, 적은 예산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인지를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 이사는 “OECD 국가나 선진국에서 산소치료가 급여화가 안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면서 “아직까지 정부에서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지만 학회에서 좀더 산소치료가 급여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강의에서는 군발두통 이외에도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법, 소아두통의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중앙대광명병원 신경과 이혜정 교수는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 중 트립탄을 소개하며 최근 출시된 라스미디탄 약제는 트립탄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두통 빈도가 증가하여 진통제를 복용하는 횟수가 늘어날 경우에는 약물과용두통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위해 두통 클리닉을 방문할 것을 권장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경과 이수현 교수는 편두통 예방치료의 현실적인 목표설정이 중요하며 두통 빈도 및 강도를 5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며 경구약물의 경우 복약순응도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규칙적인 약물 복용을 강조했다. 

 

최근 편두통 예방치료로 항 CGRP항체주사가 사용됨에 따라 기존 만성편두통 주사치료인 보톡스 외에도 시도할 수 있는 다른 치료방법으로 부작용이 적은 만큼 두통 예방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동대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권혜은 교수는 최근 관심이 많아지는 소아두통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강의하며, 소아의 경우 일차 두통인 편두통과 긴장형두통 외에도 급성 감염증과 동반된 두통(감기, 장염) 등이 흔하여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소아의 경우 편두통 외에도 기능성 신체 증상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 필요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진통제 복용에도 호전이 없을 때, 의식소실, 기상시 두통, 구역, 구토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검사 및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두통 상담시간에는 두통학회 주민경 회장, 문희수 부회장, 조수현 총무이사 등이 참여하여 참여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특히 주 회장은 편두통 및 군발두통의 악화에 수면, 식사 등의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함을, 문 부회장은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시 약물과다복용에 따른 약물과용두통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예방치료를 전문가와 상담하여 진행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