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 죽고싶다"...끔찍한 '이 두통', 봄에 男이 더 고통
2024-04-01

최악의 두통, 첫 진단까지 평균 5.7년

군발두통은 일반인에게 아직은 생소하지만 매우 고통이 커 ‘자살두통’이라고까지 불린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두통 중 가장 심각한 두통으로 알려진 군발두통(群發頭痛, cluster headache)은 자살 충동이 일어날 만큼 고통스러운 병으로 꼽힌다. 3∼4월에 환자가 특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한두통학회(이하 두통학회)는 매년 3월 21일을 '군발두통의 날'로 정해 국민건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두통학회와 국제두통학회에 따르면 군발두통은 △한쪽 눈 또는 관자놀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15~180분간 지속될 때 △두통과 함께 동측의 두개자율신경증상(결막충혈, 눈물, 콧물 등)과 안절부절하고 초조한 느낌이 동반될 때 △두통 빈도가 이틀에 1번에서 하루 8번 정도로 잦을 때 진단한다. 두통학회가 올해 '군발두통의 날'을 맞아 지난 21일 진행한 편두통·군발두통 환자를 위한 일반인 대상 온라인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군발두통에 대해 알아본다.

 

젊은 남성환자 많아…편두통과 구별 어려워

군발두통은 일반인에게 아직은 생소하지만 매우 고통이 커 '자살두통'이라고까지 불린다. 아주 심한 통증이 일정 계절이나 일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증후군이다. 역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흡연, 음주, 스트레스 등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에서 여성보다 4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주요 증상을 보면, 통증이 매우 심하고 한쪽만 아프며 눈이 충혈되고 눈물, 콧물, 코막힘이 함께 발생한다. 낮보다는 새벽(1~2시쯤)에 통증이 심해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편두통과 구분하기 힘들어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군발두통은 나름의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안 아플 때와 자주 아플 때가 있으며 △특정 계절이나 시간에 오고 △시작하면 거의 매일, 대개 1시간 정도 아프며 이 패턴이 1~2달 동안 반복된다.

 

첫 진단까지 평균 5.7년, 젊을수록 늦어져

우리나라 군발두통 환자의 경우 두통이 거의 매일 발생하는 군발기는 평균 1.8개월(약 50일) 정도이며, 두통의 횟수는 하루 0.5~8회, 두통 강도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태가 10이라고 할 때 9.4이며, 평균 100분 지속된다. 두통 자체뿐만 아니라, 다음 두통 발작에 대한 두려움도 매우 커서 많은 환자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19세 이하의 청소년 시기에 발병하면 거의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445명의 군발두통 환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들의 군발두통 발병 후 첫 진단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7년이었다. 전체 환자 중 69%는 발병 후 진단까지 1년 이상, 36%는 7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19세 이하 청소년 시기에 발병한 경우의 90% 이상이 1년 이상의 진단 지연을 경험했다. 30세 이전에 발병한 환자들도 70% 이상이 진단 지연을 겪었다.

 

생활습관 개선 중요, 증상 개선에 효과 커

군발두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군발두통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관해기)이 있다. 국내 환자 200명의 자료에 의하면, 평균 7.3년 동안 3번의 군발기가 있어 대개 2~3년마다 군발기를 겪는다. 일반적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관해 기간이 길어지고, 평균 관해기의 2배의 기간이 지나면 완치로 본다. 그러나 3~10년 후 재발하는 때도 있고, 80세가 다 되어서 아픈 환자도 있어 '세월이 가면 자연히 낫는 병'은 아니다.

 

생활습관은 군발두통의 원인 자체는 아니지만 이미 발병한 환자의 치료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흡연은 군발두통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준다. 둘째, 술 같은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규칙적인 수면이나 식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넷째, 매일 30분 이상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땀이 약간 날 정도)을 하고, 스트레스 조절과 편안한 마음 자세를 한다. 다섯째,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수면무호흡증 등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산소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극심한 두통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급성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졸미트립탄·수마트립탄 등 트립탄 계열의 급성기 치료제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산소흡입 치료로, 분당 12~15ℓ 이상 15분가량의 고용량 산소치료가 필요하다. 산소치료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치료로, 환자들의 선호도와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 산소치료는 매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산소치료를 안내받기도 쉽지 않다.

 

군발기간 중 거의 매일 두통이 하루에도 여러 번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군발두통의 특성상 두통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힘들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 군발두통이 자주 생기어 응급실을 찾으면 야간응급관리료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군발두통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여 응급실에서 빠르게 산소치료를 적용하기보다 뇌 CT 등의 검사를 먼저 권유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거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일도 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군발두통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