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편두통 잡아드립니다, 이 주사 한방으로
2021-01-14

편두통 유발 물질 막는 ‘항체치료’, 진통제 중심이던 치료 판도 바꿔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01.13 22:59

 

직장 여성 권모(33)씨는 20대 중반부터 편두통에 시달렸다. 메스꺼운 기운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편두통이 몰려왔다.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 날은 두개골을 열고 뇌를 세척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편두통 환자들만이 꾼다는 꿈이다. 두통 공격이 시작되면 각종 진통제를 삼키며 버텼다. 그랬던 그가 요즘 편두통에서 벗어나는 신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편두통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신약의 등장 때문이다.

 

◇참아서는 안 되는 위험한 두통

일반적으로 편두통이라고 하면 머리 한쪽 편에만 두통이 온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 전체 편두통의 절반만 머리 한쪽이 아프다. 위치에 국한하지 않고 체한 듯한 메스꺼움이나 울렁거림 등의 전조 증상과 함께 두통이 반복되는 것을 편두통이라고 진단한다.

/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그래픽=최하은

/사진=헬스조선 신지호 기자, 그래픽=최하은

편두통 환자 증가 추이

편두통 환자 증가 추이

 

전체 인구의 5~10%가 편두통에 시달린다. 2011년 48만여 명이던 편두통 환자는 2019년 56만여 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이들 대다수가 만성화⋅고질화되어, 편두통으로 인한 결근, 결석, 능률 저하 등 2차 피해를 입는다. 편두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진단과 치료가 활발해 환자가 늘어난다.

 

두통에는 참고 견디지 말아야 하는 위험 요소들이 있다. 특히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두통이 왔을 때다. 이 같은 두통의 20%에서 뇌 속 지주막하 출혈이 있거나, 목에서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안에서 박리된 경우, 뇌졸중 등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평소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두통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침을 할 때나 운동·성관계할 때 생기는 두통은 뇌압 상승과 연관 있기에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머리나 목을 다치고 나서 생기는 두통도 경과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갑작스럽게 생긴 ‘벼락 두통'의 경우, 적게는 30%, 많게는 80%에서 다른 원인 질병에 의한 2차 두통”이라며 “50세 이상에서는 그 전까지 없던 두통이 새로 생기지 않으니, 중년 이후 심한 두통이 생겼다면 두통 유발 질병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편두통 없애는 게임 체인저 등장

요즘 신경과 의사와 환자들은 새롭게 나온 편두통 치료제에 환호하고 있다. ‘십 년 묵은’ 편두통이 주사 한 방에 사라지는 기적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CSG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에 달라붙어 두통 유발을 차단하는 항체 치료가 도입된 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엠갤러티’라는 항체 주사 치료제가 쓰이고 있다.

 

임상시험과 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다양한 진통제로 효과를 얻지 못했던 편두통 환자의 약 75%에서 두통 증세가 좋아졌다. 10%에서는 주사 한 방에 수개월 동안 두통이 사라지는 경우도 나온다. 주민경 교수는 “항체 주사제는 편두통 치료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며 “국제신경과학계에서도 수십 년 만에 등장한 편두통 치료의 강력한 무기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 비용은 50만원 정도 한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환자가 부담한다.

 

신약과 함께 두통에 대한 단계적 접근으로 두통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신경과학계 치료 방침에 따르면, 병원을 방문하는 급성 두통은 먼저 트립탄 계열의 약물을 쓴다. 여기에 진통소염제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 좋다. 급성 두통 약물 치료는 빨리 할수록 좋다. 두통이 한 주에 2회 이상 있거나 급성기 약물로 충분히 치료가 되지 않으면, 신경계 진정 약물 등으로 극심한 통증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 치료를 4~6개월 한다.

약물 치료 단계적 접근에 잘 따라오면 두통에서 해방될 확률이 매우 높고, 그래도 심한 편두통이 안 그치면 항체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고 신경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편두통

두통이 머리 한쪽에만 생기는 것만을 편두통이라고 진단 붙이지 않는다. 체한 듯한 메스꺼움이나 울렁거림 등의 증상과 함께 오는 두통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상황을 편두통이라고 한다. 한쪽 두통은 전체 편두통의 절반 정도다. 전체 인구의 5~10%가 편두통에 시달린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