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치료 사각지대 속 ‘두통’…“새로운 치료 시대 시작”
두통학회, ‘두통의 날’ 맞아 간담회 개최
애브비 ‘아큅타’ 화이자 ‘너텍’ 등 출시 목전
CGRP 약제 10% 미만 환자만 급여
여러 만성 편두통 치료제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사용되고 있지만 까다로운 급여 기준이 발목을 잡는다.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도 있다. 올해 새로운 약들이 도입을 앞두고 있어 두통 치료 환경이 혁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지난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9회 두통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경구(먹는) CGRP 억제제가 나오는 첫해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두통 치료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는 뇌에서 편두통 증상을 유발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분자를 일컫는다.
현재 CGRP 표적 편두통 예방 치료제인 미국 일라이릴리의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와 한독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 등이 간헐적 군발두통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저용량만 사용 가능한 상태다. 일부 환자에선 반감기가 너무 길거나, 항체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군발두통이란 심한 두통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을 말한다. 다른 두통과 달리 강도 높은 통증이 하루에 여러 차례씩 15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애브비의 경구 CGRP 억제제 ‘아큅타’(성분명 아토제판트)가 성인 편두통 예방 치료 용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너텍’(성분명 리메게판트)도 올해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경구 CGRP 억제제는 기존 CGRP 주사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기존 트립탄 제제와 효과는 동일한데 부작용은 적은 비강분무제 역시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주 회장은 “경구 CGRP 억제제는 매일 먹을 수 있는 약으로 나올 것”이라며 “두통 환자 치료 시 개원 병원가에서 CGRP 주사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경구약이 나온다면 더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치료 환경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약제들에 대해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급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처음엔 비급여로 시작해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급여가 정해지면 그 가격을 참고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새로운 약제의 도입을 목전에 뒀지만 CGRP 약제의 까다로운 급여기준은 넘어야 할 산이다. 주 회장에 따르면 10% 미만의 환자만이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90%의 환자는 비싼 금액을 지불하며 비급여로 치료받고 있단 뜻이다.
주 회장은 “CGRP 억제제를 적절히 사용하기 위한 변경안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군발두통엔 산소치료가 매우 효과적인데 제약이 많다. 산소치료 급여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회는 두통 인식 제고를 위해 환자 지지모임, 수기공모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학회는 ‘두통 이야기’라는 두통 환자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공모전을 5년째 진행하고 있다.
주 회장은 “지난해 두통 환자 지지모임에서 환자들의 절실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두통 환자 환우회도 생긴다”며 “두통에 대항할 무기가 많아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