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벼락 치듯 찾아온 두통…검사 결과는 ‘정상’ 무슨 일?[건강 팁]
2023-12-06

원문출처: 서울경제 안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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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벼락두통 반복되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의심해 봐야

1분 이내 최대 강도 도달하는 극심한 두통 갑자기 발생

일주일 이내 뇌혈관검사 시행하면 정상 소견 보일 수도

1분 이내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매우 심각하고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두통을 ‘벼락두통’이라고 한다. 이미지투데이
1분 이내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매우 심각하고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두통을 ‘벼락두통’이라고 한다. 이미지투데이


35세 여성 환자가 갑자기 발생한 두통으로 신경과 외래에 내원했다. 평소 두통 없이 지냈으나 한 달 전부터 수영장에서 물에 입수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통이 왔다.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내려찍는 것 같은 두통이 나타나 2시간 이상 지속되다 호전됐지만 이튿날 화장실에서 배변을 위해 힘을 주던 중 또다시 극심한 두통이 발생했다. 응급실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으나 일주일 내내 극심한 두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외래진료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뇌혈관조영술 검사를 진행한 결과 뇌혈관의 다발적 협착 소견이 관찰됐다.

소개된 사례처럼 1분 이내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매우 심각하고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두통을 ‘벼락두통’이라고 한다. 환자가 이전에 경험했을 법한 두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 스스로 벼락두통 양상인지를 확인하려면 극심한 통증 뿐 아니라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인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벼락두통은 뇌출혈의 일종인 거미막밑출혈·뇌정맥혈전증·뇌혈관박리 등 심각한 뇌혈관질환에서 나타나는 두통 양상이다. 그러나 벼락두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벼락두통은 빠른 평가가 필요한 응급 상황이다. 사망률이 높은 거미막밑출혈을 가장 먼저 고려해 검사하고 배제되면 뇌혈관을 확인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등 다른 뇌혈관질환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에서 관찰되는 특징적인 뇌혈관조영술 소견. 증상 초기 다발적 뇌내동맥의 수축과 확장이 교대로 나타나는 염주 모양(A) 소견을 보였으나 3개월 뒤 혈관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B). 사진 제공=의정부을지대병원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에서 관찰되는 특징적인 뇌혈관조영술 소견. 증상 초기 다발적 뇌내동맥의 수축과 확장이 교대로 나타나는 염주 모양(A) 소견을 보였으나 3개월 뒤 혈관 상태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B). 사진 제공=의정부을지대병원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은 말 그대로 △뇌동맥혈관이 다발적으로 좁아져 있고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좁아진 혈관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두통이 있는 동안 다양한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뇌혈관의 협착과 확장이 교대로 나타나는 염주 모양(그림)의 소견이 있을 때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종종 뇌출혈·뇌경색·경련 등 심각한 신경계 증상이 초기 한 달 이내에 동반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 1~2주 동안 반복적으로 심한 두통, 특히 벼락두통이 발생하며 1개월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으로 인한 벼락두통은 흔히 성행위·운동·발살바법·감정 변화·목욕 또는 샤워·머리나 허리를 굽히는 자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환자도 수영이나 샤워 같은 행위에 의해 벼락두통이 유발된 것으로 보여진다. 대개 3개월 이내 모든 두통이 소실되지만 드물게 3개월 이후에도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뚜렷한 유발인자 없이 벼락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증상 발현 후 일주일 이내 뇌혈관검사를 시행한 경우 모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뇌영상이 정상이더라도 벼락두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을 의심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혈관의 변화는 1~3개월에 걸쳐 자연 회복되므로 혈관영상을 추적해 뇌혈관 협착 소견의 소실을 확인해야만 확진할 수 있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치료에는 현재 칼슘통로차단제 계열 약물인 니모디핀이 가장 많이 쓰인다. 보통 경구용 니모디핀을 3개월 동안 매일 복용하는데 증상이 심할 경우 정맥주사로도 투여할 수 있다. 벼락두통은 고통이 극심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최근 보고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니모디핀 사용은 벼락두통의 발생 기간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의 임상 양상이나 검사 결과가 합당하다면 최대한 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아직까지 니모디핀 사용이 합병증 발생률 및 장기 예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

최근 대한두통학회지에는 국내 여러 대학병원에 내원한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환자 230명을 3~6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환자의 평균 연령은 50세로 80% 가량이 여성이었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발생 원인을 알지 못했으나 일부는 신체·감정적 스트레스나 혈관작용 약물, 항우울제 등의 사용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이러한 사항을 확인해 보는 것이 권고된다. 특히 환자 10명 중 8명은 성행위·운동·목욕 또는 샤워를 하거나 감정적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벼락두통이 발생했다. 최소 한 달 정도는 두통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두통 유발요인에 노출되는 상황에 대비하려면 니모디핀 치료 및 진통제 복용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두통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은 흔하지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적인 벼락두통을 겪었다면 신경과에 내원해 뇌영상검사를 받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조기에 시행해야 한다.

 

조수현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총무이사). 사진 제공=의정부을지대병원
조수현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총무이사). 사진 제공=의정부을지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