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중 가장 고통 심한 군발구통, 산소 처방받게 해 주세요"
2020-06-23

“두통 중 가장 고통 심한 군발두통, 산소 처방받게 해 주세요”

환자들 끊임없이 제기 속 靑 청원… 3명 중 1명 심한 불안·우울증 겪어

 

 

군발(群發)두통은 모든 유형의 두통 가운데 통증 강도가 가장 세다. 통증 평가척도(VAS·0∼10점으로 점수화)에서 9.3점으로 나타나 출산 통증(7.5점)보다 훨씬 높다. 군발두통 환자들은 ‘송곳으로 머리를 찌르는 것 같다’ ‘눈을 도려내는 것 같다’ ‘머릿속이 불에 타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통증과 함께 눈물 콧물 코막힘 눈(결막)충혈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통증이 시작되면 15분 넘게 지속되고 하루 8번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군발두통은 통증이 있을 때 ‘100% 산소’를 15분간 흡입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환자는 가정에서 산소 흡입을 받을 수 없다. 두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신경과 의사에게는 산소 처방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발두통 환자에게도 산소 처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두통 중 가장 고통이 심한 군발두통, 산소처방이 필요합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군발두통은 일반 진통제가 소용이 없다. 치료법이 고농도 산소 흡입이지만 병원에서 산소 처방전을 요구하면 호흡기, 폐질환자에게만 가능하다는 답변 뿐”이라면서 “방법이 없어 두통이 오면 응급실로 가서 산소를 마시지만 가는 동안 두통은 더 진행되어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는 “군발두통을 앓는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산소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군발두통 환자 3명 가운데 1명 꼴은 심각한 불안 및 우울증을 겪을 정도로 정신건강이 취약하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 춘천성심병원 손종희 교수팀이 2016년 9월~2018년 12월 16개 병원의 군발두통 환자 222명을 조사한 결과 38.2%가 중증의 불안을, 34.6%는 중중의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환자들의 고통과 질병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간헐적 군발두통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치료제(엠겔러티)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치료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조 교수는 22일 “이런 상황에서 산소 치료는 경제적 부담이 적고 약물 부작용이 적어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표준치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호흡기, 폐질환자에게 처방할 때만 건보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내과, 결핵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만 산소 처방 권한이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3933&code=14130000&sid1=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