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은 단순한 통증의 개념이 아니라 개인 그리고 가족의 평범한 일상까지 방해하는 뇌질환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사태로 신경 쓸 것이 많아지면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꽤 늘었다. 하지만 두통은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잠깐 왔다 가는 불청객이 아니다. 두통도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며 그에 맞는 적절한 예방·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통 중에서도 편두통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통증의 강도는 물론 삶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심각해서다.
■소화기증상도 동반, 빛·소리에도 예민해져
일단 편두통을 어렴풋이 아는 사람들은 그저 ‘한쪽 머리가 지끈한 두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증상은 편두통환자의 절반에서만 나타나며 대다수가 양쪽 머리에 욱신거리나 지끈거리는 통증을 겪는다.
막연하게 진통제로 다스릴 만한 통증도 아니다. 한 번 통증이 발생하면 4시간에서 길게는 72시간까지 이어지고 구역, 구토 등의 소화기증상까지 동반한다고 알려졌다. 또 빛, 소리에 유독 예민해져 통증이 발생하면 아예 불을 다 끄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하는 편두통환자들도 있다.
■학업·업무 능률↓…개인 넘어 가족, 사회에까지 영향
삶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특히 편두통은 한창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할 20~50대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심한 통증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한두통학회가 국내 편두통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편두통환자들은 한 달 평균 12일 이상 편두통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한 달에 한 번꼴로 결석, 결근경험이 있었다. 통증을 참고 학교 및 회사에 가더라도 능률이 한 달에 4일 이상 50% 이하로 떨어졌다.
가족들도 영향을 받고 있었다. 편두통환자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0.8%의 환자 배우자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밀린 집안일을 한다고 답했다. 또 이들의 36.5%가 자녀들이 한창 클 때 함께 놀아줄 수 없어서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편두통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은 “이러한 반복적인 일상생활 제약은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부담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편두통이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이라는 것에 대한 사회 및 보건당국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한 편두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기존 급성기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예방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편두통에서도 유발원인을 표적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급성기치료 더불어 예방치료도 중요
사회 및 보건당국의 인식변화가 시급한 이유는 이미 의학의 발전과 함께 편두통 치료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편두통 치료는 기본적으로 생활습관개선과 더불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치료는 편두통이 발생했을 때 증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급성기치료와 편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감소시켜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예방치료로 나뉜다.
특히 대한두통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는 ‘편두통 발생 후 복용하는 급성기치료 못지않게 예방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아예 ‘편두통 예방치료 진료지침’을 국내 현실에 맞게 제작해 발표했다.
이 지침에 해당하는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과 급성기치료를 시도했는데도 ▲편두통이 효과적으로 치료되지 않거나 ▲편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경험하는 경우 ▲급성기치료로 효과를 봤지만 두통빈도가 잦은 경우다. 또 급성기치료제를 월 10~15일 이상 사용하는 환자 역시 약물과용두통 우려가 있어 강력 권고 대상에 해당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편두통은 오랜기간 심한 통증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예방치료가 꼭 필요하다”며 “예방치료는 최소 2개월 이상 치료를 시도해본 후 효과를 판단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경우 3개월간 지속 후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약물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편두통의 유발원인을 표적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예방치료제의 폭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편두통 예방만을 위해 개발된 약제가 없어서 순응도와 만족도가 낮았는데 편두통 발생경로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GRP를 표적해 차단하는 치료제가 개발됨으로써 환자들의 편두통 발생일수를 더욱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는 “편두통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키는 중증질환이라는 인식이 정립돼야 할 시점”이라며 “편두통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두통 발생 시 약을 복용해야만 해결된다면 신경과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예방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평소 두통을 자주 겪는 편이라면 두통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두통시작 날짜와 시간, 두통이 발생할 당시 먹었던 음식, 통증이 심해지는 때, 동반증상 등을 자세히 기록해두면 평소 통증관리는 물론 향후 주치의와 치료계획을 조율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두통일기는 치료계획 조율에도 큰 도움
꾸준한 약물치료와 더불어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오랫동안 통증이 지속되는 편두통환자들은 두통발생시점과 횟수 등을 기록하는 이른바 두통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두통일기는 편두통 예방치료 시 주치의가 치료 유지기간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같은 예방치료 대상자라도 치료 유지기간은 두통빈도나 강도, 일상생활의 지장정도 등을 고려해 환자별로 달리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공조미료, 카페인, 향수, 담배연기 등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피하고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의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