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픈 당신에게 두통일기를 권합니다
2020-01-23

지난 2000년 '대한두통연구회'로 발족,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대한두통학회는 국내 두통 분야의 유일한 학술단체다.

지난 20년간 두통학 교과서 편찬, 편두통 진료지침 개발, 보수교육, 학술대회를 통해 두통질환에 대한 최신지견을 제공해 왔고, 국제적인 학술교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해, 총 3번의 아시아두통학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키도 했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지난 9월에는 2023년 세계두통학회 서울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아시아에서 세계두통학회 개최는 2003년 일본 쿄토에서 열린 이후 2번째다.

여기에 최근 두통 관련한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어, 그 쓰임에 대한 두통학회의 방침 및 행보에도 관심이 뜨겁다.

이렇듯 핫(HOT)한 두통학회를 이끌고 있는 조수진 회장(한림의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을 만나, 향후 계회과 목표 등에 들었다.

대한두통학회 조수진 회장

-회장 취임을 축하한다. 먼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두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편두통은 인구의 1/7이 겪을 정도로 흔하고, 활동적인 청장년층이 주 환자군이어서 사회적 부담 또한 크지만 평생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두통의 만성화와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조기 진단 및 치료의 필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그간의 학회 활동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학회는 그간 질환으로서의 두통을 인식시키기 위해 '두통 환자들이 꼭 알아야 할 수칙 7계명', '하루 8번 이상 두통이면 병원을 찾아오세요' 등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두통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이터를 발표하고, 환자수기 공모전을 진행해 질환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치료에 대한 의지를 나누는 기회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환자용 홈페이지 '두통없는 행복한 세상'을 만든 것이 의미가 있었다. 환자 접근성을 높인 홈페이지를 통해 두통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우리 동네 두통 전문의 찾기’ 등 환자들에게 실질적 정보를 담았다. 학회 소속 의료진들은 진료시 홈페이지의 정보를 담은 ‘QR코드’ 카드를 전달해, 환자들이 '두통없는 행복한 세상' 사이트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질환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밖에 학회는 일선 의료진의 두통 진단 및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게끔 의료진 교육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연 2회 진행하는 학술대회 개원의 대상 교육에 더해, 올해 6월과 9월 '찾아가는 지역 집담회'를 진행한다. 집담회에선 두통 관련한 세부적인 진단 및 치료 지침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학회는 최근 삽화편두통 예방치료 약물 진료지침을 제정했다.

편두통 환자의 수는 전체 인구의 약 17%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 상당수가 삽화편두통 환자다. 편두통 치료는 흔히 통증치료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데, 편두통은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기에 급성기 치료 못잖게 예방이 중요하다. 과거 진료지침과 달리 이번 지침은 만성편두통보다 범위가 넓은 삽화편두통에 집중하고 급성기 치료뿐 아니라 예방 관련해서도 임상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외국의 편두통 예방 약물 권장용량이 한국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도 반영했다. 일률적인 최대용량이 아닌 환자에 따른 적정용량을 제시한 것도 이번 진료지침의 특징이다.

-약물 적정용량 외 국내 두통 환자들의 특징이 있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환자들은 빛이나 소리에 민감하거나 공포를 느끼지 않는 개연편두통 환자 비율이 전체 편두통 환자의 1/3 정도다. 또 동반 증상을 잡아내지 못하거나 동반 증상이 없다고 편두통으로 진단을 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치료가 어렵다.

두통도 병이라는 인식, 더 나아가 편두통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두통 환자들이 두통에 인식이 없기 때문에 뇌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거나 급성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두통 환자들이 안심하고 찾아와 진료를 받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전문센터, 클리닉 등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게끔 노력할 계획이다. 동네에서도 두통 전문의를 찾을 수 있고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 두통은 3차 병원을 찾아 적합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힘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통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선 두통일기를 권하고 싶다.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의 경우 본인이 한 달에 며칠이나 아픈지, 통증의 강도는 어떠한지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두통일기를 쓰면 두통이 발생한 일수, 강도 등을 살펴보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또 두통을 유발하는 습관이 무엇인지도 찾을 수 있다. 환자들마다 약에 대한 부작용이 다른데, 병원에서 제공하는 두통일기는 약물복용을 기록하고 약에 대한 정보도 나와 있어 복약순응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약물치료에 대한 이해다. 진통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거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진통제의 경우 급성기 치료에 사용되는데, 급성기 치료는 통증의 조절뿐 아니라 반복적인 통증으로 인해 뇌가 민감해지거나 두통 만성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 다만 진통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약물 과용 두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복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활관리도 치료의 중요한 축이다. 내가 왜 아플까, 얼마나 자주 아플까를 파악하는 것, 두통의 원인이 되는 생활 속 요인들을 다스리는 것 역시 치료에 도움이 된다. 환자들은 두통 증상을 뿌리뽑기 원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완치보다 증상을 관리하며 통증이 발생하는 일수를 점차적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두통 빈도가 줄어들면 약물치료 없이 생활관리만으로도 두통이 완화되기도 한다. 생활치료, 예방치료, 급성기 치료가 세 축이 되어 삶의 주기에 따라 두통 치료를 조합적으로 진행한다면, 두통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삶의 질 개선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