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두통학회_인터뷰]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님
2019-09-04

“편두통은 모든 질환 중 두번째로 장애가 큰 질환” 

인터뷰 김성화 기자

 

 

Q   왜 두통에 주목해야 하나?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편두통은 매우 흔하면서도 장애가 심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작년 세계보건기구는 편두통을 모든 질 환 중 여섯번째로 흔하고 두번째로 장애가 큰 질환으로 발표했다. 50세 이하로만 따졌을 때는 가장 장애가 큰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전체 편두통 환자의 10%도 되지 않는다. 두통을 병이라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이다. 기존의 편두통 약제는 효과가 미흡하거나 부작용이 심해 치료를 받은 10% 환자들조차 치료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새 로운 치료법들이 나왔다. 새로운 치료가 올바로 자리잡게 하기 위 해서는 두통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Q   편두통 환자에게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 빈도 가 높다고 들었다. 
편두통환자는 통증 외에도 동반되는 다른 질환으로 많은 고통을 받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우울, 불안 등의 기분장애다. 
편두통은 우울 · 불안장애와 쌍방간의 위험인자가 된다. 불안장애 의 경우 긴장을 이완시키고 걱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결여돼 두통 의 위험을 키운다. 우울장애의 경우는 통증이 한 증상이 될 수 있 다. 반대로는 두통으로 인해 통증이 지속되면 우울과 불안을 키우 게 된다. 즉 편두통환자는 우울장애 및 불안장애가 발생할 위험도 가 커지고 반대로 우울장애 및 불안장애가 있는 환자는 편두통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Q 두통의 날 제정, 두통수기공모전 등 대국민 캠페인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편두통은 매우 흔하고 장애가 큰 질환인 반면 제대로 진단과 치료 를 받는 환자는 드물다. 두통이 질환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 문이다. 
우리 학회는 환자들에게는 두통도 치료받으면 호전되고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보호자와 일반 국민에는 편두 통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인 인식(stigma)을 바꾸고자 대국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편두통은 다른 질환과 달리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편두 통을 겪는 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은 부모나 직장동료로부터 게으르 다든지 정신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지기 쉽다. 하지만 두통은 정 신력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이러한 잘못된 사회적인 편견을 없 애는 것이 우리 학회가 대국민 캠페인을 하는 이유다.

Q   우리나라 두통 문제 개선을 위한 국가 사업을 제시한다면?
치매와 우울증처럼 보건당국은 편두통이 얼마나 삶의 질을 저하시키 는지 인식해야 한다. 구체적인 예로 편두통에서의 피하주사제나 군 발두통에서의 산소는 질환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비 경구약제다. 하지만 보험문제를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 하고 있다. 통증으로 인한 고통과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중요시 여기 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에서부터 두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 어져야 한다. 
현재 학회는 군발두통을 희귀 난치 질환으로 등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만간 결실이 있을 것으로 본다. 

Q   2010년에 이어 2016년 아시아두통학회(ARCH, Asian Regional Consortium for Headache)를 개최했다. 
대한두통학회는 올해로 20년 역사에 불과한 신생학회지만 많은 회 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아시아두통학회는 지난 2006년 한일두통학회를 확대 발전 시킨 학 회다. 대한두통학회가 아시아두통학회 창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 아시아두통학회는 국제두통학회의 아세아-오세아니 아 챕터로 국제두통학회의 재정적인 지원을 일부 받고 있다. 여기에 는 대한두통학회 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현재는 ARCH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상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Q   오는 11월에 공동으로 개최하는 아시아신경과학회(AOCN) 와 아시아두통학회(ARCH)에 대해 소개해달라 
AOCN과 ARCH는 각각 아세아-오세아니아 지역의 신경과학과 두 통학의 대표학회다. 현재 국제신경과학회는 미국과 유럽으로 양 분돼 있지만 아세아-오세아니아지역은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잠재성이 매우 큰 학회다. 이번 공동학술대회에서 AOCN의 경우 1996년에 이어 두번째로, ARCH의 경우 세번째로 한국에서 열린다. 아세아-오세아니아 지역 신경분야에 있어서 한 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대회에는 1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두통 신약들의 새로운 연구결과들도 발표될 예정이다. 

Q   최근 제3판 국제두통질환분류(ICHD) 한글판을 발간했다.
지난 9월 초 런던에서 열린 국제두통학회 이사회에 참가했는데 올 초 발간된 국제두통질환분류를 자국어로 가장 먼저 번역한 국가가 한국이라며 크게 반겼다. 자부심을 느낀다. 모든 질환에서 진단기 준은 그 질환을 이해하는 데 가장 빠르고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 다. 이를 위해 우리 학회는 국제두통질환분류 번역 외에도 지난해 ‘두통학 2판’을 발간했다. 우리나라 두통영역의 유일한 교과서다. 급속히 바뀌는 두통분야의 발전에 발맞춰 3판의 발행시기는 더 앞 당길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작업해온 편두통예방약제 진료지침은 올해 말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Q   편두통 치료제인 CGRP 신약이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 약의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항체와 길항제 등 CGRP를 차단하는 모든 약제들은 일관되게 탁월 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기존 약제들의 경우 효과는 어느 정도 있지 만 부작용이 큰 문제였다. 그로 인해 80% 이상의 환자가 1년 이내 에 치료를 중단했다. 이번 신약의 가장 큰 장점은 부작용이 거의 없 는 것이다. 위약과 동등한 수준의 부작용이다. 앞으로 편두통 치료 에 있어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대한두통학회 발전의 동력은 무엇이라 보는가? 
우리 학회는 젊은 학회여서 의사결정과정이 자유롭다. 이사진들이 아이디어가 많고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 환자들의 권익보호와 두 통학 발전에 학회가 디딤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학 회주도의 다기관 공동연구도 주제를 바꾸어 가면서 다양하게 진행 하고 있다. 현재는 군발두통의 임상양상과 삶의 질 등 다양한 측면 을 공동연구 중에 있는데 국제학술지에 이미 여러 편이 게재될 정 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Q   남은 임기 동안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인가?
최근 두통 환자용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 보해 두통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 다. 지난 9월 시작한 수기공모는 환자들의 두통으로 인한 고통과 극복과정을 공유하고 두통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인 편견을 개선하 기 위해 마련했다. 수기 내용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적극 활용할 예 정이다. 마지막으로 2023년 국제두통학회 개최국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전력을 다해 활동할 생각이다. 현재 개최국 후보가 우리나라와 호주로 좁혀졌다. 내년 더블린에서 열리는 국제 두통학회에서 결정되는데 우리나라가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